[창간특집]'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 새만금문화권'
2006년 10월 24일 (화) 새전북신문 webmaster@sjbnews.com
올해 상반기에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 새만금문화권'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한데 독서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의례 갯벌 아니면 간척지여야 할 새만금을 ‘문화권’이라고 하니, 생뚱맞은 모양이다. 하지만 대중의 눈길을 끄는 데는 비록 미흡하더라도, ‘새만금문화권’ 개념은 유효하다고 확신한다.
내부개발의 향방을 떠나, 이미 완공된 새만금방조제만으로도 전북 서부의 지형도는 이미 크게 바뀌었다. 방조제는 군산시 서남부와 변산반도를 잇는 세계최장(33.2㎞)의 해상고속도로이다. 2008년에 방조제 포장이 완료되면, 2시간 가까이 소요되던 군산-변산은 20분으로 단축된다. 그리하여 군산-고군산군도-부안군(변산 국립공원)-김제시가 연결되고, 외곽에 고창-정읍-전주서부-익산을 아우르는 지역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들어온다. 이는 해양과 도서, 평야와 산악을 구비한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다양하고도 풍부한 문화자산을 보유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런 지리적 연계만으로 곧 바로 ‘문화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리적 통합성에 더해, 어떤 문화적 통일성이 있었거나 또 있어야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새만금 일대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볼 수 있을까? 대답은 단연코 ‘그렇다’이다. 문화의 동질성은 ‘역사적 경험’과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는데서 비롯된다. 새만금지역은 이런 의미에서 분명한 하나의 문화권이다.
오래 전부터 이곳은 △민초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서민문화권’ △저항과 개벽의 정신이 꿈틀대는 ‘개혁문화권’ △개방과 회통의 전통이 살아있는 ‘복합문화권’ △생명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하는 ‘생태-생명문화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형 문화권’을 이루었다. 여기에서 최치원, 부설거사, 정여립, 남궁두, 허균, 진묵대사, 유형원, 권극중, 전봉준, 강증산, 박중빈 같은 사상·문화적 영웅들이 태어나거나 활동했다. 그들은 지배문화에서 벗어나 자유와 혁신의 정신으로 살았으며, 민초들과 호흡했고, 신세계를 꿈꾸었다. 동학농민혁명의 기치가 이곳에서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새만금은 바로 이 문화지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숨결, 그들의 정신세계 한 가운데 있다. 지금까지 이점이 간과되었다. 온통 ‘갯벌이냐 간척이냐’는 이분법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의 거대담론에 짓눌려 지역 특성이 무시된 까닭도 크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가 밥이 되고, 문화가 지역의 희망이 되는, ‘문화의 시대’이다. 그것도 오랜 세월 지역에 온축된 문화자산을 밑천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에 독특한 문화가 앞서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관광산업도 가능해진다. 그러니 이제 개발·환경의 극단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문화담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 때이다. “새만금을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로 구축하라”
/김성환(군산대 교수)
[창간특집]'새만금문화지대' 가능성 풍부
2006년 10월 24일 (화) 새전북신문 webmaster@sjbnews.com
새만금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 화두는 내부개발 방안이다. 관광 및 위락, 휴양, 생태도시부터 산업단지, 농지, 풍력단지까지 다양한 논의가 무성하다. 하지만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에 대해 아직도 환경단체는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북의 선택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지역도 새만금사업에 대해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만금지역에 형성된 문화·정신적 자산을 토대로 새만금문화권을 재조명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된다.
김성환 군산대 교수(북경대 철학박사)를 비롯해 정륜 전북대 강사(전북대 철학박사), 박학래 군산대 전임강사(고려대 철학박사), 김용휘 군산대 문화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고려대 철학박사), 권희창 군산대 강사(프랑스 부르고뉴대학 철학박사) 등 40대 교수 5명의 제안이 그것이다.
이들은 새만금지역(전주, 군산, 부안, 김제, 고창)을 경제적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단순한 개발논리에서 벗어나 개벽과 상생의 문화가 담긴 땅으로 재인식시키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역에 오랜 세월동안 켜켜이 쌓인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철학적 의미를 끌어내고, 이를 현대에 맞게 각색함으로써 새만금지역을 새롭게 조명하자는 취지다. ‘개발하면 된다’와 ‘개발하면 안 된다’ 가운데 택일을 종용하는 ‘상극(相克)’의 정서를 넘어 ‘상생(相生)’의 문화지대로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새만금지역이 ‘상생’과 ‘생명’ 가치의 오랜 발신지임을 밝히고, 세계적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배태한 지역임을 통해 제대로 된 ‘지역화’를 이야기하자는 의견이다.
이들의 제안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 가치를 부여받는 유명관광지의 ‘스토리 텔링’을 새만금지대에 적용하자는 것으로 집약된다. 고유한 사회·문화·정신적 자원을 발굴해 보편화하는 능력에 따라 지역의 사활이 걸린 시대에, 새만금지대는 ‘지역적으로 사유하고 세계적으로 내 놓는다’는 명제에 부합한다. 새만금지역에 소재한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고유한 사회·문화·정신적 자원을 뿌리에 두지 않고 새만금개발의 청사진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인다.
이들은 문화적 자산을 생산하고 유통·소비하는 것은 공해산업에 비해 훨씬 유익하고 인간적인 품위를 높일 수 있기에 새만금문화권에 내재된 정신적 문화가치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김성환 교수는 “지난 십여 년 동안 개발이냐, 환경이냐 논쟁만 무성했지, ‘지방화’ 맥락에서 새만금을 조명하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문화·정신적 자산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없었고, 어떤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며 지역의 미래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개발과 환경’의 이념 틀에 지배돼 중간 항(문화지대)을 놓쳤다. 이제라도 새만금만의 고유하고 일관된 문화적 컨셉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문화지대는 새만금방조제를 중심으로 갯벌, 고군산군도, 변산반도, 고창읍성, 고인돌, 선운사, 내장산, 동학유적, 미륵사지, 모악산, 벽골제, 부안 영상테마파크 등 해양과 섬, 평야와 산악을 구비한 풍부한 자연환경과 문화자산을 보유한 복합문화권이다. 청동기 시대의 고창 고인돌부터 구한말 동학 유산까지 퇴적된 데다, 한국 최대의 농경문화권과 해양문화권이 1시간 이내에 통합됐다는 점에서 새만금문화지대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써 전통문화도시로 거듭나며, 금만평야는 천대받고 수탈당한 농민과 천민들의 삶터로써 서민문화권을 형성했다. 비주류-서민문화가 왕성했던 지역이기에 주류문화와 달리 차원을 달리하는 ‘자유·상생·개방’의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를 형성했다. 이는 미륵불교와 선도의 이상향의 갈망으로, 때로는 세상의 병폐를 치유하고자 하는 개혁사상으로, 혹은 세상을 뒤엎는 혁명의 불길로 타올랐다.
이러한 개혁과 변화의 열망은 주류문화에 의해 늘 감시 억압당하고 배제됐지만, 강렬한 민중문화를 확산시켜 왔다. 새만금문화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뿌리 깊은 변혁운동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여기에 근거한다. 백제 부흥운동, 후백제 건립, 정여립의 대동계, 동학농민운동은 새만금문화권에 온축된 개혁 에너지, 차별과 불의에 항거하는 저항의 기질을 증명하는 사례들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새만금지역은 새로움에 대한 열망으로, 미륵불교와 선도가 성행했고 개벽사상으로 발전됐다. 서민적이며, 개방적이며, 혁신적이며, 복합적인 것이 환영 받는 시대에 새만금지역에 형성된 풍부한 문화적 요소는 현대 문화코드에 정확히 부합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문화적으로 현대화하는 데 새만금문화권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새만금지역이 고대 해상문화와 동북아 무역 루트에서 중요한 길목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신라 말 학자 최치원의 예를 들어 유불선이 통합된 국제적 도시임을 강조한다. 또 중국 진시황제의 명에 따라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서복의 삼신산 해상루트가 새만금지대를 경유했으며, 이는 당시 동아시아 해상 문화고속도로였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새만금지대는 유교를 비롯해 도교, 불교, 개벽사상, 미륵신앙, 동학사상, 인내천사상, 실학사상, 원불교, 증산교 등 다양한 사상과 민족종교의 집산지였다.
결국 새만금문화지대는 생명사상이 뿌리내리며, 미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희망의 지대로써 현대에 맞게 각색하자는 게 40대 학자들의 주장이다. 박학래씨는 “새만금지역의 유학사상은 현재에도 유용한 문화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개혁 정신과 가치 지향, 현재적 모순의 극복을 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만금지대를 이 지역이 지향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재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만금지대를 관통하는 생명과 상생 코드를 축으로 생명 연대성에 기초하고, 공동체성 회복, 주민 삶의 질 제고, 편익성 증대를 위한 지역문화 기획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선도·미륵불교·실학·개벽사상이 융합된 특징을 살린 가칭 ‘전통사상문화진흥원’ 설립과 유불선을 통달하고 한국 고유의 사상적 전통을 자각한 최치원을 활용한 신화 만들기와 최치원 축제, 그리고 카니발 형태의 ‘동학농민혁명제’ 개최를 제시했다.
또 전통사상문화의 데이터베이스화에 연동되는 아카이브 구축, 문화상품의 복원화 차원에서 웰빙을 테마로한 체험형 테마파크 조성, 그리고 새만금지역의 선도문화를 활용해 문화순환 사이클에 적용한 선도문화기획, 삼신산 해상루트 복원, 세계 선도문화 페스티벌 개최도 고려대상이다.
권희창씨는 “새만금문화권에 대한 개념 부재로 인해 수많은 목소리가 무분별하게 분출돼 왔다. 그러나 새만금지역은 문화기획상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지역개발로 연계되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06_1024_03.pdf2007년, 문화사상연구소/새전북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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