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과 서산·태안·해남 등 서남해안 도시들이 앞다퉈‘국제 레저·관광도시’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해양 관광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 지역의 관광개발 콘텐츠는 하나같이 호텔과 골프장·마리나·해수욕장·아쿠아리움·오토캠프장 등 번듯한 레저 시설물에 집중돼있다.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관광개발 프로젝트도 이같은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머지않아 서해안이 온통 닮은 꼴 레저 관광단지로 뒤덮일 판이다.
관광산업은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고유의 문화를 발굴·재창조하고 지역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역할까지 해낸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의 중심에 관광을 가져다 놓은 세계 각 도시가 고유의 역사·문화를 관광산업과 접목, 시너지 효과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만금 지역에도 세계인에게 내놓을 수 있는 독특한 문화·역사자원이 즐비하다. 단지, 눈앞의 천편일률적 콘텐츠에 시선을 빼앗겨 지역의 문화자산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본보 기획취재팀 자문위원들로부터 새만금 해양관광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문화관광의 시대 '발상의 전환'을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는 지금 문화를 더 이상 한가한 놀이로 여기지 않는다. 대신 문화야말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단지 ‘느린 삶’이나 ‘삶의 질’만 바라는 게 아니다. 문화 분야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 있고, 지금 혁신하면 미래상품을 팔 수 있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다. 특히 문화는 21세기 관광산업의 핵심 역량이 되고, 첨단 지식산업의 뿌리가 된다.
다시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새만금국제해양관광단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인천 청라 레저스포츠 관광도시, 서산 레저관광도시 등 서해안 전역에 관광개발의 광풍이 불고 있다. 목표는 모두 첨단 레저·스포츠 관광도시이다. 개발의 아이템들은 대개 호텔과 골프장·마리나·오토캠프장 등으로 빼다 박은 듯하다.
지금 새만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발상의 전환’과 ‘상상력’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 발상의 전환이 대개 호텔, 골프장, 카지노 따위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이 정도로는 정말 곤란하다. 진정으로 미래를 염려한다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소프트웨어보다는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와 관광산업의 노하우가 한국보다 훨씬 앞선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설 중심의 관광에서 탈피해 △지역민의 삶의 보존 △생태적 지속 △전통문화의 재발견 △스토리와 테마에 역점을 둔 문화관광 전략을 펴왔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만금권역에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단지 그것을 방치하고 있을 뿐이다. 먼 나라 시인 릴케와 이태백은 대단하게 알아도 자기 고장의 대문호는 거들떠보지 않으니, 신라 말의 대문장가 최치원이 올라 글을 읽던 신시도 월영봉에는 잡목만 무성하다. 조선 실학의 태두 유형원이 머물던 변산 반계서당에는 구멍이 숭숭 난 문짝이 덜렁거리고, 허균이 홍길동전을 저술했던 정사암 터는
흔적마저 찾기 어렵다.
어디 그뿐인가? 새만금 일대는 진시황이 찾았던 신선의 땅이자, 고인돌, 개양할미 전설, 미륵불교, 동학의 개벽정신과 증산의 천지공사 등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다. 그렇건만, 정작 지역에서는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고유하고도 독특한 문화요소야말로 21세기 관광에서 핵심이 되는 콘텐츠이자, 국제 관광시장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의 원천이다. 이렇게 무진장한 문화의 광맥을 발아래 깔고서도, 천편일률적인 관광레저 시설과 단지를 구축하는 데만 급급하니 답답한 일이다.
이런 구시대적 전략으로는 21세기 세계관광시장에서 반드시 실패한다. 그러니 관광레저단지의 조감도를 그리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이른바 ‘관광학’의 얼치기 전문가들에게 더 이상 지역 관광산업의 미래를 맡기면 곤란하다.
새만금해양관광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전라북도와 새만금 권역의 각 시·군은 지금이라도 문화관광 시장의 세계적 동향을 잘 파악해 시급히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김성환(군산대 새만금문화연구센터장)
[새만금의 선택·미래]독특한 지역문화에 관광시장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