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남자-고대 집단지성의 향연 : e시대의 절대사상 027 김성환(지은이) | 살림 |
출간일 : 2007-05-30 |양장본| 360쪽
책소개
강력한 권력 아래 땅과 정신이 하나로 통일되던 시기에 『회남자』는 태어났다. 다양한 목소리가 약동하는 세상을 꿈꾼 사람들의 손으로 빚어진 이 책 속에는 집단지성의 미래적 가능성이 담겨 있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양성이 사상되었을 때 정신과 세계의 진화 또한 멈춘다는 사실이다.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목 차
1부 『회남자』의 탄생
1장 고대 집단지성과 만남
동아시아는 유교문화권인가? 16
유교 근본주의의 문제
집단의식과 집단지성
『회남자』의 시대
고대 집단지성의 발현
권력과 지식의 결탁, ‘집단의식’을 향한 길
2장 유안의 꿈과 좌절
반역자의 아들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의 모순
유안의 꿈과 좌절
21세기 동아시아와 『회남자』의 복권
2부 『회남자』의 정신세계
1장 우주의 자연 질서: 도덕
천지만물은 어디서 왔는가
과학과 신화의 동거
하늘과 땅, 계절의 질서를 말하다
정신을 말하다
천지만물이 한 몸임을 말하다
2장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 인간사
오래된 미래의 지혜
독단에서 벗어나라
집단주의에서 벗어나라
문화다원주의와 지방분권을 말한다
사회와 제도는 변한다
허위에 빠진 예법과 금기에 휩싸인 세상
근본을 지킬 것을 말한다
‘내성외왕’의 지도력을 말하다
3부 본문
제1권 원도훈/ 제2권 숙진훈/ 제3권 천문훈/ 제4권 지형훈/ 제5권 시칙훈/ 제6권 남명훈/ 제7권 정신훈/ 제9권 주술훈/ 제10권 무칭훈/ 제11권 제속훈/ 제12권 도응훈/ 제13권 범론훈/ 제14권 전언훈/ 제15권 병략훈/ 제16권 설산훈/ 제17권 설림훈/ 제18권 인간훈/ 제19권 수무훈/ 제20권 태족훈
4부 관련서 및 연표
관련서
연표
내용
중국은 과거 한나라가 고조선을 정벌해 군현을 설치한 사실을 들어 고구려사가 한국사와 무관한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동북공정이다. 중국이 이렇게 민족감정을 자극하니, 한국의 민족주의도 부글부글 끓는다. 그리고 한국도 고대사 연구에 박차를 가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역사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유치한 민족주의가 다른 민족주의를 연쇄적으로 고취하는 ‘나쁜 민족주의’의 악순환이 문제의 본질이다.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는 어차피 한국사와 중국사가 중첩되는 ‘혼성의 역사’이다. 거기서 중국이냐 한국이냐를 놓고 겨루는 것만으로 중국의 민족주의를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힘(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얻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상대의 나쁜 민족주의에 나름의 민족주의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민족주의도 나쁜 민족주의가 되어 종국에는 ‘나쁜 민족주의’ 자체를 비판할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구려 역사 해석 문제는 결국 민족주의 관점의 차이로 치환되고, 국제적으로 ‘고구려’는 그 역사의 귀속이 분쟁 중인 지역으로 남게 된다. 이것은 일본이 독도를 국제 영토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전략과도 비슷하다.
그러므로 차원을 달리해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유치한 민족주의에 똑같은 민족주의로 대응하는 것은 수준 낮은 처방이다. 그것은 나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상대의 유치한 민족주의를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자칫하면 그것은 내 민족을 멸시하는 상대방의 오만을 묵인하는 꼴이 된다. 상책은 유치한 민족주의의 이중적 잣대와 독단을 비판하고 해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의 유치한 민족주의를 누그러뜨리고, 나라와 민족 간에 서로 존중하는 국제질서를 이루는 게 최선이다.
이런 문맥에서 볼 때 『회남자』는 놀라운 고전이다. 오늘날 펼쳐지는 유치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철학적 이유와 해결방법에 대해 치밀하게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남자』는 중국 전형의 ‘중화주의’가 완성된 한나라 무제武帝 시기에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기원전 179~기원전 122)이 편찬한 책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중화주의 성립의 근거가 되는 이념과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